녹취 공개한 국힘, 선관위 “확진자 난동…우린 법대로”

입력 2022-03-07 05:40 수정 2022-03-07 11:00
김웅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실무 책임자인 김세환 사무총장으로부터 ‘난동’ 탓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확진자용 투표용지들이 발견된 것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이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난동’ 탓이라고 한다”며 지난 5일 선관위 방문 당시 있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사무총장 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전투표는 미리 투표용지를 인쇄해놓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투표용지발급기로 즉석에서 출력하기 때문에 미리 출력된 투표용지가 있을 수 없다”며 선관위 해명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공개 녹취록서 선관위 “이게 난동이 되다보니…”
김 의원은 앞서 김 사무총장과의 문답을 간략하게 정리한 요약본을 올린 뒤 이후 다시 ‘난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구체적인 대화 녹취록을 올렸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먼저 “(공직선거법) 158조상 사전투표 같은 경우에는 투표 발권기(발급기)에 의해서 그때그때마다 투표용지가 빠져나와야 된다”며 “그런데 지금 언론을 통해서 기표가 되지 않은 투표용지가 다수, 그것도 길바닥에서 다수 발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표를 안 하고 그냥 버리고 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다수의 이런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158조 3항의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발급기로 선거권이 있는 해당 선거의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아니하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게 교부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지금 저희가 파악한 게 바로 그건데요”라고 말했다. ‘난동’이라는 문제의 표현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한 건 내가 넣어야 되겠다’ 이렇게 하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거기(사전투표소)에 아마 한 300명 정도 이렇게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 한 분이 ‘왜 내가 내 손으로 직접 넣어야지. 왜 봉투 넣어서 그렇게 하냐. 참관이고 다 필요없다’(고 했다)”“이렇게 난동이 되다 보니까 이게 진행이 안 된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에 동행한 유경준 의원은 “총장님, 난동 그게 말이 돼요? 표현을 정확하게 조심하라”며 “상황에 따라서 내가 기표한 걸 내가 직접 넣겠다고 하는 게 그게 뭐가 난동이냐. 법에 따라서 행사하겠다는 건데”라고 항의했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6시 4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일부 유권자가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에게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 사진은 당시 유권자가 현장에서 찍은 투표지. 1번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 된 것이 보인다. 임시 투표소 바닥에 깔린 파란색 천막과 방호복을 입은 투표소 현장 관계자의 모습도 나와 있다. 경위를 밝혀달라는 유권자 항의가 이어지자 투표소 측은 "다른 확진자들이 투표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어야 했는데 모르고 다시 나눠줬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투표소 측은 특정 후보가 찍힌 채로 잘못 배부한 투표용지 6장은 투표함에 넣어 유효표로 처리하고,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은 6명은 다시 신분 확인을 거쳐 투표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러니까 그렇게 순리적으로 했으면 그건 난동이 아니겠죠”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재차 “아니 선관위가 잘못한 사항에 국민이 항의하는데 난동이라는 표현을 쓰느냐”며 질타했다.

김 의원은 “됐다. 그건 그대로 가서 국민들한테 난동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씀드리겠다”며 “그래서 소위 난동이라고 하는 그분들이 그거 다 투표용지 발권기에서 받아놓은 것을 다 가지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다 버리고 갔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 의원 질문에 “그렇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많은 분이 투표 못 하고 가신 분도 계시고 하다고 그런다”며 “그 상황을 가지고 아마 언론에서 그렇고 저기 국민의힘 쪽에서…”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다시 “그게 지금 그러면, 지금 분명히 말씀하신 게 그런 상황은 원칙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거겠죠?”라며 물었다. 사전투표는 미리 투표용지를 인쇄해서 배부하는 게 아니므로 다른 유권자가 이미 기표한 용지를 받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없죠. 당연히 없죠”라며 “있으면 안 되겠죠”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간략히 정리한 질의응답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선관위 측에 ‘공직선거법 157조 4항에서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는가’라고 질문하자 “우리는 법과 원칙대로 했다. 법대로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관위, 1차 사과 “부정 소지 없다” 일축→ 2차 “책임 통감”
앞서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 3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기표된 용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는 일이 생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같은 날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서도 일부 유권자가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에게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또 선관위는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이 투표함까지 옮기는 과정에서 쇼핑백·바구니·택배상자 등을 사용하거나 확진·격리자들이 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에서 기다리게 하는 등의 일로 질타를 받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선관위는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의 부정투표 의혹에는 “이번에 실시한 임시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오전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계속 거세게 나오자 선관위는 같은 날 심야에 2차 사과문을 내고 “혼란과 불편을 드려 거듭 죄송하다.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바구니·종이가방 등을 이용해 기표한 투표지를 옮긴 점, 선거인들이 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에서 대기하도록 한 점 등에 대해 미흡했다고 구체적으로 사과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