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소통에 능한 대통령 기대한다

입력 2022-03-06 20:46

“출근하는데 가슴이 타는 듯 아팠다. 회사 가까이 왔을 무렵 걸음을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바로 회사 근처 내과에 갔더니 협심증이 의심된단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며 협진 체계가 되어 있던 대형병원에 예약을 잡아줬다. 검사 결과 혈관이 막혀서 바로 시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미룰 것도 없었다. 그날 바로 입원하고, 다음날 혈관조영술을 했다. 팔목에 작은 구멍을 내고 조영제를 투여한 다음 동맥에 카데타를 집어넣어 혈관을 살폈다. 의사가 20분쯤 살펴보더니 혈관이 막혀서 바로 스텐트 시술에 들어간단다.

시술을 마치고 지혈을 했으나, 시술 전 혈전 용해제를 다량 투여하다 보니 지혈이 쉽지 않았다. 손목 이하로 피가 통하지 않으니 감각이 무뎌졌다. 팔 전체가 퉁퉁 부었다. 시술 후 4시간 정도 경과 후 압박을 풀고 나니 손의 감각은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만 하루를 보내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져 하룻밤을 더 보낸 다음 날 아침에 퇴원했다. 여전히 팔은 퉁퉁 부어있었다.

퇴원하고 바로 다음 날 출근했다. 팔은 아팠지만 가슴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다행히 1주 정도 지나자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작은 혈관 하나 막혔을 뿐인데,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다행히 혈관이 꽉 막히지 않고 좁아진 상태였기에 심근경색까지 가지는 않았다. 시술 1주일 후 주치의는 ‘심장 손상이 없어 튼튼하다.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 음식 가리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으라’고 한다.”

필자 지인의 투병기다. 사람 몸의 혈관과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도 혈관의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서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좁지만, 리더와 연결되는 소통의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조직에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가까운 예로 ‘박근혜 정부’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과 소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소통의 혈관이 막혀 최악의 참사라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며칠 있으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제20대 대통령은 싱싱한 혈관처럼 소통을 잘하는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륜도 필요하고 각 분야의 현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참모들뿐만 아니라 국민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냥 저 사람이 싫어서 능력이 부족해도 다른 사람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공감하겠지만 리더가 잘 모르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온갖 속임수가 난무하게 된다. 이렇게 소통이 막히면 나라 전체가 협심증에 걸리거나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그러다 사망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의 혈관이 위험하다. 제20대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혈관을 싱싱하게 회복시킬 어려운 책무를 지게 될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없이는 불가능한 책무이다. 소통에 능한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