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쇼핑백 등에 투표용지 보관하다 ‘대혼란’ 자초

입력 2022-03-06 18:35 수정 2022-03-06 21:44
서울 강동구의 한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 및 격리자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우려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대선 사전투표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현장에서 발견한 택배박스나 플라스틱 바구니 등을 찍어 온라인상에 게재하면서 선거관리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확진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5일 SNS 등 온라인상에는 확진·격리 유권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의 투표용지를 담은 투표봉투 보관 방식이었다.

통상 선관위에서 관리하는 투표함의 형태가 아닌 우체국 택배박스나 플라스틱 바구니, 쇼핑백 등에 중구난방으로 보관됐다는 지적이었다.

유권자들은 입구가 열린 채 바닥에 놓여있는 택배박스, 길가 의자에 놓인 쇼핑백들을 찍어 공유했다.

선관위는 투표봉투를 바구니나 상자 등에 보관해 사전투표소로 이동하도록 규정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없도록 하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선관위는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없던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투표사무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받아든 유권자도 있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투표봉투 안에 기호1번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기표한 기표지가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논란이 된 투표용지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김 의원은 “확진자인 유권자에게 한 손엔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용지, 또 한 손에는 빈 투표용지가 쥐어졌다”며 “무려 3명이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새 투표용지 봉투를 배부해야하는데 이미 투표를 마친 사람의 투표용지 봉투가 배부돼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은평구 선관위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긴 대기시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장시간 밖에 대기시켰다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확진자 홍모(55)씨는 “30분 넘게 기다려 투표를 했다”며 “5명씩 기표소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다보니 장시간이 소요됐다. 괜히 왔나 짜증이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확진자 곽모(27)씨도 “투표 시간 전인 4시55분에 도착했는데도 1시간5분이 걸려서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씨는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가 추웠는데 금방 투표할 줄 알고 오신 어르신들께서 ‘이러다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어떡하느냐’며 항의도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