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사장의 말 한마디에 얼굴을 붉혔다. 직원들의 연애 여부를 돌아가면서 묻던 사장이 “여자는 나이 먹으면 퇴물 취급을 당한다”는 황당한 얘기를 건넸기 때문이다.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성희롱 발언은 계속됐다고 한다. A씨는 사장이 이후에도 업무 성취를 칭찬하며 자산의 머리카락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B씨는 코로나19로 회사에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걸 도맡아 한다. 회의 뒤 머그잔을 씻는 것도 여직원들의 몫이다. B씨는 사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다고 했다. 이 사례들은 올해 1∼2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 중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 한국의 여성 직장인들이 성추행, 성차별적 괴롭힘 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이 단체에 들어온 이메일 제보 336건 중 성희롱·성추행 관련 내용은 22건이다. 직원 수가 적은 사업장의 대표나 상사가 손·어깨를 만지는 등 성추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신·육아를 이유로 여성을 승진에서 제외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가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던 여성도 임신하는 순간 주요업무에서 밀리거나 진급마저 누락된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해고·계약해지·권고사직 등도 여성에게 집중됐다. 이 단체가 지난해 12월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사태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는 여성은 21.8%로 남성보다 6.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도 36.5%로 남성(23.4%)보다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일터의 약자인 여성이 성차별적 갑질을 신고하는 것은 회사를 그만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며 “익명 신고센터를 만들어 특별근로감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