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스펜서’가 16일 국내 개봉한다. 주인공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로 할리우드 비평가협회상 등 27개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고 다이애나 비의 외모를 완벽히 재현했을뿐만 아니라 섬세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다이애나의 일대기가 아니다. 1991년 크리스마스 시즌 샌드링엄 별장에서 왕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통해 그의 불행했던 왕실 생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존 스펜서 백작의 셋째 딸로 태어나 19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고 다이애나 비는 1992년 별거를 시작해 1996년 이혼했다. 영화는 3일 동안 의심과 결심 사이를 오가며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다이애나의 솔직한 모습을 116분간 그린다.
찰스 왕세자와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대한 환멸과 이를 방관하는 왕실에 대한 분노, 품격 유지를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 삶,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스타’로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던 괴로움 등 다이애나의 감정에 영화는 집중한다. 섭식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다이애나의 앞엔 남편 헨리 8세에게 처형당한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난다.
불행한 왕세자비가 아닌 소박하고 평범한 다이애나 스펜서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고 다이애나 비는 결혼식 당시에도 시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티아라를 빌리지 않고 친정인 스펜서가(家)에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티아라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재키’ ‘네루다’ 등을 연출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왕비가 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로 결심한 왕세자비의 이야기”라며 “실제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정에 항상 놀라움을 표했고, 그 결정이 매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영화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스펜서’는 전세계가 열광한 패션 아이콘이었던 고 다이애나 비의 의상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 ‘작은 아씨들’ ‘안나 카레니나’로 아카데미상 의상상을 수상한 재클린 듀런이 의상 감독을 맡았다. 영화 속 주요 장면에서 다이애나가 입고 등장한 샤넬의 1988년 S/S 오트 쿠튀르 오간자 드레스도 화제다.
찰스 왕세자 역의 잭 파딩이 입은 의상은 한국인 테일러 김동현씨가 제작했다. 재즈와 바로크 음악을 접목한 영화 음악은 올해 ‘파워 오브 도그’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조니 그린우드가 맡아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