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가치 하락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세계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포인트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분간 식량 가격 고공행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4포인트) 대비 3.9% 상승한 140.7포인트로 집계됐다. 세계식량가격지수를 산정하기 시작한 199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FAO가 24개 주요 식량 품목의 국제가격 동향을 토대로 발표한다.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0포인트로 잡고 산정한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1년 2월 기록(137.6포인트)은 훌쩍 넘어선 상태다. 빵·사료 가격과 밀접한 곡물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3.0% 오른 144.8포인트를 나타내는 등 안 오른 품목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지류의 경우 전월보다 8.5% 상승한 201.7포인트를 기록했다. 유제품은 전월 대비 6.4% 오른 141.1포인트로 집계됐다. 그나마 설탕이 전월 대비 1.9% 떨어진 110.6포인트를 기록하면서 가격 급등세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었다.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각국이 재정을 확대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탄 환율 영향이 가장 컸다. 쌀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쌀 수출국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가격이 예상 외로 더 뛰어올랐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30포인트대를 기록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흑해 지역 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탓에 밀 가격이 급등했다. 흑해 지역이 주산지인 해바라기씨유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이 이어지는 한 세계식량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원료 가격 상승이 예고된 만큼 국내 물가 영향이 큰 빵이나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원료구매자금 금리 0.5% 포인트 인하, 사료 대체 작물 할당관세 적용 물량 확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6일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시장 상황을 점검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