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죽지 마요”… 러軍에 피격된 아빠, 아들은 오열했다

입력 2022-03-06 16:42
포격 피해 심한 우크라 키이우 지역 민가들. 연합뉴스

피란 도중 러시아군의 총격에 아버지를 잃은 우크라이나 아들의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총에 맞은 아버지는 숨졌고, 함께 있던 아들은 절규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다국적 연합매체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째였던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이반키우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인 아버지 올레흐 불라벤코는 아내와 딸을 먼저 피신시킨 뒤 아들과 함께 집에 남아있던 반려견 세 마리를 데리고 가족이 머무는 피신처로 향하던 중이었다.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창밖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러시아 군용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멈춰요. 엔진을 꺼요”라고 소리쳤고, 차는 그 자리에 멈췄다.

그러나 곧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고개 숙여. 빨리 내려. 나가서 엎드려라. 뒤로 가서 오른쪽으로 몸을 숙여”라고 지시한 뒤 차 문을 열었다.

아들은 다행스럽게도 재빨리 차 뒤쪽으로 몸을 숨겼지만, 아버지는 차 문을 열자마자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 도로 한가운데 쓰러졌다. 아들은 쓰러진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 죽지 말아요. 제발”이라며 울부짖었다.

아버지는 누운 채 잠시 고개를 들어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들은 “움직이지 마요. 이제 거의 끝났어요. 기다려요”라며 오열했다. 아들의 안전을 확인한 아버지는 “너무 아프다. 차라리 죽여 달라”며 “다리가 찢겨 나간 것 같다”고 말한 뒤 숨을 거뒀다.

총성이 잦아든 뒤 아들은 아버지에 다가갔지만, 아버지의 몸은 피로 흥건한 상태였다. 아들은 아버지를 품에 안은 채 “아빠 살아있는 거죠? 내가 구해줄게요. 제발 죽지 마요”라고 절규했다.

RFE/RL은 아버지 불라벤코씨가 총상으로 사망했으며 함께 있던 반려견 2마리도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전했다. 또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총을 쏜 것은 러시아군이 맞고 그곳에 우크라이나군은 없었다”며 이 영상을 공유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군 측은 민간인을 저격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끔찍한 비극은 아들이 촬영한 영상에 모두 담겼고,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아들은 근처 풀숲으로 아버지 시신을 옮긴 뒤 전쟁의 처참함을 전하기 위해 피로 물든 현장, 죽은 반려견의 사체, 구멍 난 차량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에는 살아남은 반려견 한 마리가 아버지 시신 옆을 떠나지 못하는 장면도 찍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