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인원을 40명으로 가정하더라도 1시간 이내면 투표 관리가 가능하다. 이런 정도로 실무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국회에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예상 투표율과 발병률 등을 감안할 때 확진자 투표 선거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전날 전국 각지 사전투표장에서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확진자가 1시간 넘게 실외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속출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확진자 투표 관리가 원활히 이뤄질 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자 사전투표 용지 관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확진자의 사전투표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은 선관위 조치가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총장은 앞서 국회에서 확진자 예상 투표와 관련해 전국 확진자가 100만명이 나왔을 경우 서울로 따지면 20만명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투표소별로 평균을 내면 한 투표소당 20명 남짓이 된다고 했다. 이는 18세 이상으로 볼 때 유권자 85%, 확진자 예상 투표율 30% 정도로 측정한 수치라는 게 선관위 설명이었다. 투표소 별로 확진자가 2배 넘게 몰리는 경우가 생겨도 한 투표소에 40명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이에 대해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계산을 해보면 70명으로 나오고 100%로 확대하면 140명이다. 서울‧경기 지역으로 하면 수백명이 몰릴 것”이라며 “숫자를 다시 확인하고 논의를 전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확진자 투표 시간을 9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 없이도 수적으로 계산해 봤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40명이라고 치면 2시간 정도 걸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기표소를 서울 같은 데 세 군데 설치할 방안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30분 남짓이면 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전날 전국 각지 투표소에서는 확진자 사전투표에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지난 4~5일간 이어진 사전투표에서 확진자는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5시 이후에 외출이 허용됐고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해야 투표가 가능했다. 이번 선거에서 본투표의 경우 확진자 투표가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로 일반투표와 시간이 분리됐다. 하지만 확진자 사전투표는 시간이 분리되지 않았다.
일부 경기도 지역 등 투표소에서는 투표소에 도착한 후 투표를 마치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생겼다.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신원확인, 투표용지 배부, 선거사무보조원에게 투표용지 전달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하는 상황을 알게 된 유권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할 확진자의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확진자 사전투표 시간대를 분리하거나 별도 투표소를 마련하는 등 사전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사전투표에서는 일부 투표소에서 이미 기표가 된 확진자 투표용지가 다른 유권자에게 다시 배부가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유권자들의 투표용지를 쇼핑백, 비닐 팩, 택배 박스 등에 담아 옮기는 과정에서 항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 절차를 세심하게 마련하지 못했고 다수 유권자들이 몰려 혼선이 빚어질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이 우선 필요하고 진상규명 이후에는 책임을 단단히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시간 연장을 주도적으로 주장해왔고 일부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투표에서도 본투표와 똑같이 투표 시간을 오후 7시30분까지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거의 하루 종일 했었다”며 “선관위가 철저히 준비했으니 사전투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서 사전투표는 선관위 준비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철저히 준비했다는데 어제 같은 사태 발생한 것은 저희 당도 중대한 사고라고 본다”며 “이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전투표 과정에서의 혼선에 대해 “확진자 증가세는 한 달 전부터 예고됐던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기획은 안일했고, 시행과정은 조잡했으며, 사후 해명은 고압적이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