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만에 가출한 외국인 아내…法 “혼인 무효 사유 아냐” 왜?

입력 2022-03-06 15:16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베트남 국적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 국제결혼 주선 업체를 통해 B씨를 소개 받았다. 한국에 입국한 B씨는 한 달간 A씨와 결혼생활을 유지했지만 곧 집을 나갔고 A씨는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B씨는 법정에서 남편이 결혼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 결혼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뒤 시부모, 남편의 형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고 생활비 부족 문제에 남편의 간섭까지 더해져 갈등이 생겼다는 게 B씨의 주장이었다. 1·2심은 B씨가 한국에 입국하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가출했다는 점을 들어 혼인 무효 사유가 있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처음부터 B씨에게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가지고 결혼했더라도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어 마음이 변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판례를 통해 외국인 배우자의 가출 등을 혼인 무효 사유로 너무 쉽게 인정 할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해당 법리를 재차 확인한 후속 판례인 셈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