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강원 산불로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문화유산도 위기를 맞았다.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들은 화마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림청과 경북도 등은 6일 울진읍 서쪽에 있는 금강송면 소광리 쪽으로 산불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인근에 2247㏊의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가 있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령이 520년인 보호수 2그루, 수령 350년인 미인송 등 1000만 그루 이상의 다양한 소나무가 모여 있다. 지름이 60㎝ 이상 되는 금강송도 1600여 그루나 된다.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중에서도 특히 재질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해 조선시대부터 궁궐 등의 건립용 목재로 쓰였다고 한다. 이에 조선시대 때도 소나무 반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며 나무를 보호했다. 산림청은 1982년 이 지역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울진군은 금강송 보호와 관광자원화를 위해 2015년 4월 행정구역 명칭을 ‘서면’에서 ‘금강송면’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등을 집중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금강송 군락지는 앞서 2000년 강원 동해·삼척 산불 때도 불이 울진으로 확산돼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산불로 강원도 기념물인 동해 어달산 봉수대도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과 강원도에 따르면 봉수대는 고려시대에 여진족 침입에 대비해 만들었고 조선시대에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상해변과 묵호항 사이의 어달산 정상에 있는데 지름 9m, 높이 2m의 터가 남아 있다.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울진읍 월계서원에서 보관하던 장양수 홍패를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수장고로 옮겼다. 이 문화재는 고려 희종 원년인 1205년 과거에 급제한 장양수가 받은 문서로 가로 93.5㎝, 세로 45.2㎝ 크기다.
울진 산불 발화지점 주변에는 다른 국가지정문화재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보 봉평리 신라비와 천연기념물 화성·후정리 향나무, 국가등록문화재 용장교회, 경북기념물 주인리의 황금소나무가 있다. 소방 관계자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에 물뿌리기 작업을 하는 등 피해 예방 조치에 나서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