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화재 현장 인근 한울원자력발전소와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를 위협했지만 산림·소방당국이 간신히 방어선 구축에 성공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한울원자력본부 방향으로 번졌다.
한울원전은 산불 발생 지점과 직선거리로 11㎞정도 떨어져 있었다. 특히 산불이 7번 국도를 넘어 원전 3~4㎞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불씨는 한울원자력본부 울타리 등 주변에 날아들었지만 소방 당국과 원전 자체 진화대와 함께 불을 끄고, 특수 소방차 등 24대를 투입해 막았다.
산림 당국도 원전 주변에 산불 차단제까지 뿌리며 방어하며 원전을 안전하게 지켰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원전 6기(한울 1∼6호기)가 운영 중이다.
불길은 또 강한 바람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등으로 번졌다. 산불은 특히 삼척시 호산리에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기지 반경 600m까지 근접했다.
소방당국은 LNG 기지를 포위하듯 둘러싼 상태에서 사전에 물을 뿌리는 예비 살수 작전을 펼쳤다. 현재까지 관련 시설은 화재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다.
한국가스공사와 소방 당국은 현재 불길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삼척생산기지 인근은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삼척기지본부는 국가 주요 산업시설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곳이다. 수입 LNG를 보관한 뒤 강원·영남 지역에 공급하고 있는 이 기지에는 LNG 보관 탱크 12개가 설치돼있다.
소방청은 만일의 사태에 경북 울진 산불현장에서 한울원전 확산 저지를 위해 사용됐던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두대를 LNG 생산 기지 인근에 배치했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보유 중인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은 대형 유류저장탱크 화재를 단시간 내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 방수포·주펌프·중계펌프·수중펌프·트레일러·지게차·포소화약제 탱크차 등 총 17대의 특수장비로 구성돼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대형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인 분당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방수할 수 있다. 바닷물이나 강물을 끌어쓸 수 있도록 호스 길이만 2.5㎞에 달하는데 수중펌프를 동원했을 땐 호수·하천·해수를 소방용수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 삼척 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에는 한국가스공사 직원 104명이 3조 2교대로 24시간 대비태세를 갖추고, 소방인력 34명, 소방차 25대도 배치돼있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과 자체 진화대가 대응해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완벽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