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온라인 표심 ‘영끌’

입력 2022-03-06 12:39 수정 2022-03-06 13:10

“제가 말은 안 해도 많이 눈팅(게시글을 올리지 않고 읽기만 하는 것)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 이용자에게)

“제가 갤주(갤러리 주인)라면서요?” (온라인 커뮤니티 ‘이재명 갤러리’ 이용자에게)

위의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한 말들이다.

이 이 후보는 커뮤니티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영상을 제작해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커뮤니티 겨냥 영상 제작은 “모든 국민을 SNS, 커뮤니티에서 만난다는 생각으로 다 방문해보자”는 이 후보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막판까지 판세가 초접전인 상황에서 ‘온라인 표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4일과 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인 ‘재명이네 소극장’에 여성시대, 인스티즈, 에브리타임, 더쿠, 이재명갤러리, 클리앙, 딴지일보 등 커뮤니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지지 호소 영상을 각각 올렸다.

이 후보는 영상에서 ‘여시’ ‘딴게이’ ‘게이’ 등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해 친근감을 유도했다.

또 ‘밭갈이(진보 지지 분위기 조성)’ ‘갤주’ 등 커뮤니티 은어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이용자들에게 “여러분들이 열심히 밭갈아 주신 덕에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 후보를 놀리는 표현인 ‘표미새(표에 미친 새X)’라는 단어도 영상 자막으로 등장했다.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건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 사용자를 향한 영상이다. 조회수 31만회를 넘기며 ‘재명이네 소극장’ 채널에 올라온 모든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 기록했다. 3만개 이상의 댓글도 달렸다.

이 후보는 해당 영상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구조적인 성 평등 문제가 해결된 평등한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이재명이 꼭 만들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밝혔다. 여성시대 커뮤니티 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도 영상 자막에 띄웠다.

일부 영상에선 설명글을 통해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어떤 지지자께서 ‘2002 노무현과 2022 이재명의 소름 돋는 평행이론’이란 글을 올려 주셨다”며 “둘 다 당내 비주류였고 정치적 기반이 없었지만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가 됐다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이후는 분명 다르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는 경선 이후에도 후단협 등 후보를 존중하지 않고 당을 흔드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받았지만, 저는 송영길 대표님, 이낙연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함께 경쟁했던 모든 후보님들이 자기 선거처럼 뛰어주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선거일을 앞둔 후보 구도 급변 상황도 노 전 대통령님은 투표 하루 전에 닥쳤지만 저는 일주일이나 앞두고 겪었다”라며 “제 상황이 훨씬 더 좋다. 그런데 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커뮤니티 사용자를 겨냥한 영상 제작은 이 후보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가 ‘모든 국민을 sns, 커뮤니티에서 만난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될 때 가보자’고 제안했다”며 “원래는 선거 유세가 워낙 바쁘다 보니 간단한 인사 글 정도만 올릴 예정이었는데, 후보가 먼저 영상을 찍어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대선 전까지 계속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영상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