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공군력 증강을 위해 폴란드와 전투기 제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가 자국에 있는 러시아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폴란드 전력 공백을 미국이 메워주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이 폴란드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고, 폴란드가 러시아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거래를 검토 중”이라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지상전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러시아가 전투기를 투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백악관이 폴란드의 러시아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로 훈련을 받아 운용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상·하원 의원과의 화상 면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여의치 않으면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디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한 건 전투기와 공격기, 방공 시스템”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목소리가 나왔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산 항공기를 기증하려는 동유럽 파트너들에게 미국이 보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게 분쟁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란드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송 결정과 함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폴란드에 미국산 전투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폴란드와 협력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조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비용 인상을 위해 민간 산업과 협력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인도·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있으며, 추가 지원 자금 확보를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NN은 “미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악화에 따른 비행 작전에 대비해 이번 주 에게해 북부에 머물고 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미 해군이 흑해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내 정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터키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국 군함에 대한 흑해 진입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터키가 러시아 군함의 터키 해협 진입을 막아달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지원을 요청하면, 항모 함재기들이 흑해와 다르다넬스 해협 일대에서 정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다만 미 전투기가 억지력 차원에서 자주 공중 정찰 임무를 수행하며, 반드시 미국이 이번 충돌에 개입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