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관식 앞둔 中, 국방·과학 예산 늘리고 민생 부각

입력 2022-03-06 07:42 수정 2022-03-09 17:04
중국의 명목상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열린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천안문 시위 무력 진압에 따른 여파가 지속됐던 1991년 4.5% 성장 목표를 세운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국방 예산과 과학 기술 분야 지출은 대폭 늘렸다.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전선인 국방과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91년 이래 최저 5.5% 성장 목표…‘안정 속 성장’ 재확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최근 2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약 5.2%)과 2025년까지 적용되는 14차 5개년 계획 목표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에는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해 중국 경제는 2.3%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6.0% 이상을 목표로 설정한 뒤 실제 8.1%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자국 경제가 수요 축소, 공급 충격, 성장 전망 약세라는 3중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정세 불확실성이 더해져 이러한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샹둥 국무원 조사국 부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중국의 GDP는 114조4000억 위안(2경2036조원)을 기록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올해 성장률 목표 5.5%는 5년 전 7.4%, 10년 전 10.5% 성장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5.5%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고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성장률 목표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업무 보고 초안을 작성하면서 모든 요소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또 올해 1100만개 이상의 도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 실업률을 5.5% 이하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리 총리의 업무 보고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전체 1만6000개 단어 가운데 ‘안정’이 76번 언급됐다. 중국이 직면한 다양한 위험과 도전을 경고하면서도 중국 경제의 회복력과 자신감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4일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이어 이날 전인대 개막식을 열고 두 회의를 뜻하는 ‘양회’를 시작했다. 양회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로 한 해 정책 방향과 목표를 보여준다.

미·중 갈등 속 국방, 과학기술 지출 대폭 증액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1조4500억 위안(279조원)으로 잡았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7.5% 증액 이후 3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크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16년 이후 7년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외부 위협과 불안정한 안보 상황 속에서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규모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올해 세 번째 항공모함을 진수하고 젠(J)-20 스텔스 전투기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핵무기 재고를 현대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의회에 제출할 다음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7700억 달러(937조원)로 책정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 재정부는 올해 과학 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증가한 1조417억 위안(200조원)으로 제시했다.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공제 확대, 과학기술형 중소기업 공제 비율 확대, 기초 연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제시됐다.

시진핑 장기집권 대관식 앞두고 ‘민생’ 방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끝난 뒤 네이멍구자치구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올해 업무 보고에선 민생 개선도 강조됐다. 의료 및 보건 서비스 향상, 사회보장 서비스 강화, 장기임대주택 시장 발전 가속화 등이 언급됐다. 리 총리는 특히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범죄를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지난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한 블로거가 장쑤성 쉬저우시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40대 여성의 영상을 SNS에 올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실태가 드러났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