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위한 사전투표 논란을 키운 건 이른바 ‘대리수거’다. 더욱이 이 과정에 이용된 수거도구마저 투표소마다 제각각이어서 신뢰를 더욱 떨어뜨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혼맥상이 벌어진 것은 급하게 확진자를 위한 사전투표 시간을 별도로 마련한 가운데 관련 법령상 별도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확진자 투표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9일 본투표일에는 확진자 투표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로 일반 투표와 분리했다.
그러나 확진자 사전투표의 경우 5일 하루로 지정하면서, 일반 투표와 투표 시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오후 5~6시를 가능시간으로만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상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진 못하고, 비확진자와 분리는 하려다 보니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투표소마다 단 하나만 설치된 투표함으로 옮기는 임시방편이 동원된 것이다.
선관위가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조항을 인식했다면, 애초 별도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현장에서 신분증이나 지문 스캔 대신 ‘본인 여부 확인서’로 확진자 신원을 확인하면서 장시간 대기로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논란에 대한 선관위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6일 선관위 보고를 받을 예정이며 행안위 전체회의 소집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선관위원장 이하 선관위원들은 이 사태에 꼭 책임을 지기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예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연유를 따져 물을 것이며 우선 9일에 진행되는 본투표 전까지 신속하게 납득할 만한 보완책을 만들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런 혼란 속에 선관위는 아직 제대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입장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본투표일인 9일 최종 개표 결과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표차가 초박빙으로 나올 경우 자칫 이날 대혼란 상황이 부정선거 논란이나 불복 제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부정선거 해시태그 등을 달고 이날 선거 과정을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