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바람 잠잠해질 때 주불 잡는데 총력”

입력 2022-03-06 07:12 수정 2022-03-06 10:12
산림 및 소방당국은 불길이 울진읍 중심지로 번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밤사이 울진읍 방어에 온 힘을 쏟았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산림청은 6일 해가 뜨면 진화 헬기 51대를 일시에 투입해 주불을 끌 방침이다. 산림청 제공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까지 확산한 산불이 3일째 이어짐에 따라 산림 당국은 날이 밝으면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산림청은 6일 해가 뜨면 진화 헬기 51대를 일시에 투입해 주불을 끌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오늘 아침 바람이 다소 잠잠해질 때 주불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진군 북면에서 난 산불은 4일 오후 강원 삼척으로 확산한 데 이어 5일 오전부터 남쪽인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방향으로 번졌다. 산림청은 불길이 울진읍 중심지로 번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밤사이 울진읍 방어에 온 힘을 쏟았다.

울진읍 주변의 산불을 끄고 울진읍 인근을 지나는 36번 국도를 저지선으로 삼아 불길 이동을 막았다. 또 열화상 드론 등을 이용해 산불 진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산불 진화에 정예화 된 공중진화대와 산불특수진화대를 곳곳에 배치했다. 이 때문에 밤사이 산불이 울진읍 도심지까지 확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울진군 북면과 죽변면, 울진읍 주민 수백 명은 울진국민체육센터, 죽변면 복지회관 등에 대피했다. 대피한 주민들은 산불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울진군은 호월3리, 정림2리 등 울진읍 16개 마을 주민 6500명에게 문자 등을 보내 울진국민체육센터 등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대피 안내 대상 주민이 1만 명이 넘지만, 일부 지역에서 통신망이 두절된 데다 휴대전화가 없는 고령의 주민도 있어 군청 직원들이 가가호호 집을 방문해 대피를 안내했다. 실제로 대피소에 가 있는 주민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대략 1만 명 가까이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산했다.

울진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지상에는 인력 3700여 명을 구역별로 배치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고 진화 장비도 353대가 동원돼 민가 보호를 위한 저지선을 구축했다. 산림청 제공

또 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진군청 1∼2㎞까지 산불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곳곳이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연기로 뒤덮이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이날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부는 데다 짙은 연무 등으로 헬기 접근이 쉽지 않았다.

지상에는 인력 3700여 명을 구역별로 배치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고 지상 진화 장비도 353대가 동원돼 민가 보호를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불이 3일째 계속되면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6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약 1만1711㏊로 대폭 늘었다. 축구장(0.714㏊) 1만5000여개 면적에 해당한다. 주택과 창고, 마을회관, 교회 등 시설물 463개소가 소실됐다.

불이 전기 선로를 덮치면서 이날 오후 2시 52분쯤 울진읍 연지리 주택 521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 경북본부는 4일 오후 8시부터 한울원전에서 봉화, 영주로 이어지는 345kV 송전선 6개 회선 중 4개 회선을 예비적으로 차단했다. 7번 국도와 36번 국도 일부 구간, 해안도로 등 곳곳이 연기와 불길로 통제되고 있고 통신 불통도 이어졌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충전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 등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원자력발전소와 LNG 생산기지는 현재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와 함께 원전, LNG 기지, 송전선로 주변에도 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불을 끄고 방화선을 구축해 주요 시설을 지켜냈다.

이번 산불의 최초 발화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5일 공개됐다.
울진군 울진읍 정림리 한 송이산 입구 CCTV에 찍힌 이 영상은 울진 산불이 발화한 지난 4일 오전 11시 7분부터 35분까지 영상으로 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뒤 화염이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영상에는 한 여성이 119 상황실에 신고를 하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모습까지 찍혔다.

CCTV 소유주 윤석현(56) 씨는 “개울에서 뭘 씻고 있는데 ‘타닥’ 하는 소리가 나서 건너편을 보니까 이미 연기가 5∼10m 높이로 치솟았다”며 “11시 16분 정도에 집사람한테 신고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현장에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