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에 헬기 지원이 필요합니다”…동해 도심 곳곳 산불 위협

입력 2022-03-05 16:30
5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사문재교차로에서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지금 동해시 상황이 위험합니다. 가용장비 헬기도 지원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지원이 안 되고 있습니다.”

5일 강원도 동해시 이정후 홍보담당은 “현재 동해시는 산불이 시내 야산 및 주택 민가까지 내려와서 다른 지역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정부로부터 헬기 지원이 당장 시급하다”고 읍소했다.

동해시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시내 곳곳은 매캐한 연기가 가득해 숨을 쉬기 힘들다. 재가 강한 바람을 타고 눈처럼 날리고 있다.

강릉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안고속도로는 옥계IC부터 진입이 통제됐다. 더욱이 고속국도, 국도, 해안도로 등 대부분 도로가 함께 진입이 막힌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해시로 우회하는 차량이 시가지로 몰리면서 도로 곳곳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5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의 한 음식점에서 상인들이 산불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시가지 곳곳에선 소방대원들이 주택에 옮겨붙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망상과 묵호 등지에서 건물 59채가 피해를 보았다.

불길이 시가지로 번지자 동해시는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현재 이레요양원 입소자 100명은 이레복지센터, 동해노인요양원 입소자 55명은 동해체육관으로 대피하는 등 518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논골담길 이웃 마을인 산제골길 정상 부근 집이 불타는 모습이 목격되고, 마을 주민들은 양동이와 바가지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동원해 지붕에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묵호에서 50년을 살았다는 홍학표(83)씨는 “불길이 너무 흉악하고, 소방차 몇 때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빨리 꺼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5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대진항 인근 주택가에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동해시 제공

주민들은 뉴스를 지켜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은 “3년 전에도 동해시에 산불이 난 적이 있어 주민들이 아주 불안해 한다”며 “이번 산불은 민가까지 번져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해 산불은 이날 새벽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난 산불이 번지면서 발생했다. 옥계 산불은 이날 오전 1시 20분께 남양리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산으로 옮겨붙으면서 시작돼 오전 5시30분쯤 동해지역으로 확산했다. 현재 동해 산불 현장에는 진화헬기 5대와 소방차 68대 등 166대의 장비와 함께 1659명의 인력이 투입돼 산불을 끄고 있다.

동해 산불은 2019년에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까지 번지면서 산림 1260㏊와 관광시설, 주택 등을 태워 610억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동해=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