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려웠던 군사독재 시절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연일 맹폭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직접 “급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맹공하느냐”고 비꼬았고, 국민의힘 선대본부 측도 “‘반문본색’이 드러났다”며 공세를 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이 후보가 전날인 4일 오전 CBS라디오 연설에서 청년 유권자를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제게 첫 대통령선거는 1987년이었다. 여러분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그 당시는 군사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며 “공권력의 위협과 폭압이 양극화와 불평등, 저성장, 기회 부족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삶이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군사독재 시절 폭압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겪었던 어려움이 이제는 경제적 불평등과 불투명한 미래라는 새로운 형태의 어려움으로 바뀌었다는 취지였다. 이 후보는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문재인 정부와 군사독재를 등치시킨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친문 지지자들이 최근에 도저히 이재명 후보는 못 찍겠다고 우리 후보에게 지지선언을 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어떻게 자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 중인 상황에서 그 정권을 군사독재로 지칭하는지”라며 이 후보 발언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급하면 여시(여성시대. 국내 최대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도 가고 문 대통령도 맹공하는군요”라며 비꼬아 말했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라고 했다.
차승훈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군사독재와 다를 바 없다는 이재명 후보의 ‘반문본색’이 드러났다”고 했다.
차 부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까지 대놓고 현 문재인 정부를 ‘군사독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규정할 정도로 본심을 드러낸 발언은 이례적이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반문본색’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