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 결정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를 두고 ‘협박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는 “전부 가짜뉴스”라며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4일 유튜브 ‘안철수 소통 라이브’ 방송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진짜 협박당한 것 아닌가’라는 분도 있는데 그런 말은 전부 가짜뉴스라는 말을 드린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디 있겠나”라며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받았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해명은 여권과 그의 지지자 등에게서 나온 의문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후보의 정치생명을 놓고 거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든다. 기획된 협박 정치 결과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비슷한 의혹 제기가 다수 나왔다.
이번 방송은 지난 3일 오전 윤 후보와의 단일화 발표를 한 이후 첫 공개일정이다. 방송 제목은 ‘지지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지금까지의 성원이 헛되지 않게,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겠습니다’였다.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 살았을 것'… "마음 찌른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 그 먼 길을 찾아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었다. 또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께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 드린 것 같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이날 실시간 주요 채팅창에는 “재외국민 무효표 어떻게 할거냐” “재외투표 사표된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안 대표는 방송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손편지를 사실 오전 내내 썼다”며 “거의 열 몇 장 정도 쓰고 찢어버리고, 쓰고 찢어버리고, 그래서 오전 내내 써서 점심 조금 지나서 올린 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께서) 그 편지가 부족하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제 부족함 탓”이라고 했다.
그는 채팅창 댓글을 직접 읽어 내려가면서 유세 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댓글을 언급하며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이 차라리 살았겠지’라는 말씀이 제 가슴을 찌르네요”라고 말했다.
또 “‘은퇴하라’는 분도 계시고 ‘누굴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계 은퇴하라’ ‘너무 실망이 큽니다’라고 하셨다”면서 “비판의 말씀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정치인 말 믿으면 안 되는 건데…제일 가슴 아픈 말”
안 대표는 “‘정치인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건데, 내가 왜 믿었나. 후회된다’는 말씀이 제일 가슴이 아팠고 제 가슴을 찔렀다”며 “제가 부족해서 선거 1주일을 앞두고도 많은 분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정권교체 자체의 열망이 훨씬 컸던 것 같다.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게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5년간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부족합니다만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저는 앞장서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당제를 포기한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저는 다당제가 돼야 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하고, 대통령 권한이 축소돼야 한다는 3가지가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당제가 돼서 정당이 3개, 4개, 5개, 6개 있으면 서로 연합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정치”라며 “그게 되려면 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돼야 한다. 다당제가 가능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정말 만들고 싶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이룬다면 여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한국의 대통령은 행정권력 뿐 아니라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까지 다 갖고 있어서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을 교정할 아무런 대상이 없다. 그게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대통령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안 대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지지자는 “안철수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윤석열을 찍어야 하는 지지자 심정을 아느냐”고 했다. “10년 동안 뭘 했느냐” “고인의 유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받들거냐” “절레절레”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