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당했나’ 질문에 안철수 “죄송…그건 가짜뉴스”

입력 2022-03-05 05:45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 결정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를 두고 ‘협박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는 “전부 가짜뉴스”라며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4일 유튜브 ‘안철수 소통 라이브’ 방송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진짜 협박당한 것 아닌가’라는 분도 있는데 그런 말은 전부 가짜뉴스라는 말을 드린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디 있겠나”라며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받았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해명은 여권과 그의 지지자 등에게서 나온 의문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후보의 정치생명을 놓고 거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든다. 기획된 협박 정치 결과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비슷한 의혹 제기가 다수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튜브 채널 '안철수' 캡처

이번 방송은 지난 3일 오전 윤 후보와의 단일화 발표를 한 이후 첫 공개일정이다. 방송 제목은 ‘지지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지금까지의 성원이 헛되지 않게,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겠습니다’였다.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 살았을 것'… "마음 찌른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 그 먼 길을 찾아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었다. 또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께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 드린 것 같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실시간 주요 채팅창에는 “재외국민 무효표 어떻게 할거냐” “재외투표 사표된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안 대표는 방송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손편지를 사실 오전 내내 썼다”며 “거의 열 몇 장 정도 쓰고 찢어버리고, 쓰고 찢어버리고, 그래서 오전 내내 써서 점심 조금 지나서 올린 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께서) 그 편지가 부족하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제 부족함 탓”이라고 했다.

그는 채팅창 댓글을 직접 읽어 내려가면서 유세 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댓글을 언급하며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이 차라리 살았겠지’라는 말씀이 제 가슴을 찌르네요”라고 말했다.

또 “‘은퇴하라’는 분도 계시고 ‘누굴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계 은퇴하라’ ‘너무 실망이 큽니다’라고 하셨다”면서 “비판의 말씀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정치인 말 믿으면 안 되는 건데…제일 가슴 아픈 말”
안 대표는 “‘정치인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건데, 내가 왜 믿었나. 후회된다’는 말씀이 제일 가슴이 아팠고 제 가슴을 찔렀다”며 “제가 부족해서 선거 1주일을 앞두고도 많은 분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정권교체 자체의 열망이 훨씬 컸던 것 같다.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게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간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부족합니다만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저는 앞장서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당제를 포기한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저는 다당제가 돼야 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하고, 대통령 권한이 축소돼야 한다는 3가지가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당제가 돼서 정당이 3개, 4개, 5개, 6개 있으면 서로 연합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정치”라며 “그게 되려면 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돼야 한다. 다당제가 가능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정말 만들고 싶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이룬다면 여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한국의 대통령은 행정권력 뿐 아니라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까지 다 갖고 있어서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을 교정할 아무런 대상이 없다. 그게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대통령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안 대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지지자는 “안철수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윤석열을 찍어야 하는 지지자 심정을 아느냐”고 했다. “10년 동안 뭘 했느냐” “고인의 유지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받들거냐” “절레절레”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