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이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바싹 마른 산림과 태풍급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안 일대에는 건조특보가 발효 중이다. 건조특보는 대기 습도가 몹시 낮은 상태가 계속돼 화재의 위험 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때 발표한다.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할 때는 건조주의보, 2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할 때는 건조경보가 발효된다.
최근 3개월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평년 대비 14.6%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례없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동해안 지역은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많은 눈과 비가 내리지 않는 등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날 동해안 일대에는 강풍경보까지 발령됐다. 울진평지 건조주의보는 지난달 15일 내려져 닷새간 유지되다가 같은 달 20일 건조경보로 격상됐다. 강풍주의보는 바람의 풍속이 시속 50.4㎞(산지는 시속 61.2㎞) 이상이거나 순간풍속이 시속 72.0㎞(산지 시속 90㎞) 이상일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산림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불이 퍼지기에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춰졌던 것이 산불 피해가 커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동해안 지역은 봄철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부는 지역으로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봄철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가 주로 형성돼 태백산맥을 넘어 따뜻한 바람이 동해안을 향해 불어온다. 이를 흔히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이라 부른다.
2019년 고성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낙산사 산불을 포함해 1998년 이후 강원도 내에서 100㏊ 이상의 산림 피해를 입힌 24건의 대형 산불 중 동해안에서만 22건이 발생했다. 특히 동해안 산림은 불에 취약한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거대한 화약고와 같다.
게다가 동해안에선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유독 대형 산불이 많이 났다. 제15대 총선이 있던 1996년에는 고성에서 산불이 나 산림 3762㏊가 잿더미가 됐다. 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에는 강릉과 동해에서 불이 나 각각 301㏊와 256㏊를 태웠다.
제16대 총선이 치러진 2000년에는 고성·삼척과 경북 울진까지 2만3138㏊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제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에도 강릉 옥계와 속초에서 산불이 나 610㏊가 소실됐다. 제7회 지방선거가 있던 2018년 2월과 3월에도 삼척과 고성에서 산불이 나 각각 161㏊와 356㏊를 태웠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