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경고 “美, 상황 더 악화시키지 말라”

입력 2022-03-04 22:13 수정 2022-03-04 22:1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에 나선 국가들을 향해 “더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BBC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관영 뉴스 채널 로시야24가 중계한 정부 회의에서 “우리는 이웃들에게 어떤 나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틴은 “이웃 나라들이 우리와의 관계를 더 나쁘게 하는 추가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며 “대신 어떻게 관계를 정상화하고 협력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26일부터 대 러시아 제재에 나섰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G7의 외무장관들이 이날 브뤼셀에 모여 러시아에 대한 압박 지속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현재의 군사적 행동은 러시아 연방에 대한 비우호적인 몇몇 행동에 대한 대응일 따름”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자칫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러시아 정부와 금융계, 기업, 푸틴 개인과 측근을 타깃으로 한 경제 제재에 나섰다. 러시아 경제가 무너질 경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포기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다.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러시아 국민들이 대거 반 푸틴 시위와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압박에 나선 미국 측도 강도 높은 경제 제재가 푸틴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은 푸틴 대통령의 성격상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주춤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이를 더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백악관과 의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푸틴이 신속하게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전의 초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무차별 포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