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삼척 LNG 기지 코 앞까지…화마 저지 총력전

입력 2022-03-04 21:39 수정 2022-03-04 21:45
4일 경북 울진군의 야산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도 삼척 LNG(액화천연가스)기지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림·소방당국은 4일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까지 번지면서 국가 주요 산업시설인 삼척 LNG 생산기지를 위협하자 가용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당국은 삼척 LNG 기지가 위치한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인근 2㎞인 고포마을까지 산불이 접근하는 등 급속도로 확산하자 오후 7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원도 소방당국은 울진 산불 지원에 투입하려던 소방대원 225명과 장비 90여대를 되돌려 삼척 LNG기지 방어선 구축에 배치했다.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북풍을 타고 삼척으로 번지면서 삼척 LNG 기지를 위협하는 등 긴급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척 LNG 기지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98만㎡ 부지에 LNG 저장탱크 12기와 시간당 1320t 규모의 기화 송출설비, 국내 최대 1.8㎞ 방파제, LNG 선박 접안부두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영하 163도의 냉열로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는 화재가 옮아 붙더라도 폭발 위험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로 화마가 덮치면 막대한 시설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삼척시 원덕읍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현재 소방당국은 삼척 월천저수지를 진화 자원 집결지로 정하고 민가 보호를 위한 1차 방어선을 구축한 데 이어 호산 삼거리 주유소에 119현장 지휘소를 설치했다. 또 삼척 LNG기지 보호를 위한 2차 방어선까지 구축했다. 삼척 LNG 기지를 포위한 상태에서 사전에 물을 뿌리는 예비 살수 작업을 마쳤다.

소방용수를 130m까지 방수하는 능력을 갖춘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도 삼척 LNG기지 주변에 전진 배치했다. 삼척 LNG기지 방어를 위해 서울과 경기, 충북 등 다른 시도 소방당국에서 진화인력과 장비를 추가로 투입 받아 밤새 벌어질지 모르는 화마와의 사투에 대비했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국가 주요 산업시설 보호를 위해 이중 삼중의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밤새 불길이 민가는 물론 삼척 LNG기지 인근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척시는 불길이 삼척으로 확산하자 원덕읍 월천리·산양리·노경리·사곡리·기곡리 주민 1000여 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또 원덕읍 호산리 호산교차로~울진 방향 7번 국도는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산림당국은 현재까지 산불 영향구역이 울진 3240㏊, 삼척 60㏊ 등 3300㏊로 축구장 면적 4621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대 피해 규모다. 이전에는 2020년 4월에 발생한 안동산불이 피해 면적 1944㏊, 피해액 208억98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