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4일 전날보다 1.22% 떨어진 2713.4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5거래일만의 하락이다. 외국인이 5890억원, 기관이 4260억원을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개인은 990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1.25% 하락해 900.96으로 9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였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에 비해 2.23%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96%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6원 오른 달러당 1214.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6월 22일 종가인 1215.8원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격화가 금융·외환시장을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의 원전 단지를 공격·점령했다. 원전 포격 과정에서 일부 건물에 불이 붙어 핵 사고 위험이 불거졌다.
전쟁이 확산돼 길어지면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세헌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원전 화재로 다른 유럽 국가의 참전 및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