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공습 관련 외신 보도 차단 나서

입력 2022-03-04 18:2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0년 7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다수의 외신 보도를 차단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에서만 제한적인 군사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BBC 등 외신의 보도로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 등 전쟁의 참상이 알려지자 국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정보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러시아 리아노보티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날 영국 BBC 웹사이트와 메타(페이스북), 미국 라디오 리버티(RL), 뉴스사이트 메두자 등을 차단 조치했다.

가디언은 “BBC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단파 라디오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지 몇 시간 만에 웹사이트가 차단됐다”고 전했다.

BBC는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씩 뉴스를 영어로 전달하는 단파 라디오 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라고들 한다”며 “허위정보와 선전이 난무하는 충돌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실적이고 독립적 뉴스가 필요하며 수백만 이상의 러시아인이 BBC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글로벌체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BBC 웹사이트의 접근성이 평상시의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BBC 웹사이트가 차단됐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의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가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RL, 뉴스사이트 메두자와 함께 BBC 러시아어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간 일부 외신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보도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BBC는 러시아의 안정과 안보를 해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건에 관한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전례 없는 정보 테러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민간인 (사상) 수백명 등 많은 보도가 나왔으나, 가짜뉴스가 많고 그런 뉴스를 생산해내는 가짜뉴스 공장도 많다”며 “민간인 인명피해와 관련해선 믿을 수 있는 보도가 없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