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는 러시아군의 침략 전쟁으로 가중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대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4일 33.65포인트(1.22%) 내린 2713.43에 거래를 종료했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877억원, 기관은 4258억원씩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견인했다. 개인이 9891억원 순매수하며 하방 압력을 지탱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6포인트(1.25%) 떨어진 900.96에 장을 닫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했다는 소식에 따라 전쟁 격화 우려가 확대됐다”며 “러시아의 핵 위협으로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1. KINDEX 러시아MSCI [265690]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유일 상장지수펀드(ETF)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러시아MSCI’ ETF는 이날 29.97%(4310원) 떨어진 1만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상품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지수 내 러시아거래소 상장주에 투자한다. MSCI가 2일(현지 시각)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퇴출한다고 밝히며 상자폐지 위기에 놓이자 급락했다. 러시아의 MSCI 퇴출은 오는 9일 장 마감 후 이뤄진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전날 장 마감 후 ‘KINDEX 러시아MSCI’ ETF가 상장 폐지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회사 측은 “MSCI 측에서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한다고 통보해왔다. 우리 ETF에 대한 정책 적용 제외를 요청했으며, 답변이 오는 대로 추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TF가 상폐될 경우 투자자들은 잔존가치에 따른 금액을 돌려받는다. MSCI 방침대로 0.00001의 가격이 적용되면 10만원이던 주식은 1원이 된다. 그야말로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전 거래일(3일)까지 해당 상품을 246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러시아 ETF 주가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정황으로 해석된다. 전날 종가 기준 이 상품의 시가총액은 230억원이다. 만일 투자자의 기대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이루고 전쟁을 중단하면 극적으로 상폐를 면할 가능성도 있다.
2. LG화학 [051910]
LG화학이 전날보다 4.12%(2만3000원) 떨어진 53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다. KRX BBIG K-뉴딜지수에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며 하락 폭이 커졌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선언한 후 줄곧 내림세를 보여왔는데, 또 한 번 자회사발 악재를 맞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점도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LG화학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못 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프타의 LG화학 러시아 수입 의존도는 23%에 달한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보다 50% 이상 급등한 톤당 830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올려야 하지만, 수요는 부진하다.
3. HMM [0112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해운시장의 물류난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HMM이 급등세를 보였다. HMM은 전날보다 4400원(14.19%) 오른 3만54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장 초반 20% 이상 치솟기도 했으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항 선사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선언하며 러시아 운항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물류 차질이 불가피해지며 해상 운임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끌어 올린 것이다.
HMM뿐 아니라 해운주로 분류되는 다른 종목들도 상승 마감했다. 대한해운(5.64%), 흥아해운(4.35%), 팬오션(1.57%)도 오름세를 보였다.
HMM도 리스크관리와 제재 동참 차원에서 러시아 노선 운항 중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HMM의 러시아 노선 선복량(적재공간)은 극히 적어 운항을 중단해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HMM은 최근 다른 나라의 대형 선사들이 자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하자 이에 발맞춰 러시아행 화물 선적 예약을 더는 받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