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의 주연 배우 김혜수가 명연기를 펼치면서 ‘갓혜수’로서 명성을 재차 입증했다.
극 중 심은석 소년형사합의부 판사 역할을 맡은 김혜수는 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과 만나 “이 작품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소년심판’은 심은석을 비롯한 소년형사합의부 판사들이 소년범죄를 다루면서 느끼는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판사로서 소년범을 위해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합리적일지, 이들이 제자리를 찾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뇌한다. 소년이 범죄에 물들게 된 사회와 가정의 문제도 들춘다.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전세계 시청 7순위에 올랐다. ‘한번 보면 10회까지 멈출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특히 김혜수의 명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작품에 대해 김혜수는 “소년범, 범죄 피해자, 판사 중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인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며 “다소 예민한 소재지만 제대로 작품을 소화해서 시청자가 단순히 재미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심은석은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한다. ‘법관이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파격적인 대사다. 심은석에 대해 김혜수는 “법 테두리 안에서 가장 냉철하게 판결을 내리면서도 (법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균형 있게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알고 보면 심은석도 소년범죄로 인해 아들을 잃었다. 김혜수는 이 설정에 대해 “소년범죄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소년범죄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는 현역에 있는 판사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참고했다. 드라마를 통해 소년 범죄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달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했다. 실제 재판도 참관했다. 김혜수는 “(재판장에) 곡소리가 많이 들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호자로 와서 가슴 아프게 숨죽여서 눈물 흘리는 걸 봤다”며 “(강력범죄를 제외하고) 청소년의 삶, 청소년 재판의 판결을 둘러싸고 어른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청소년이 범죄 현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어른으로서 생각하게 했다”고 전했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다 어려웠다”며 웃었다. 김혜수는 “심은석이 사건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실제 소년부 판사 중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우리가 익히 봐온 판사의 모습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년범죄에 대한 인식이 확장됐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관심이라기보다 분노, 슬픔, 안타까움 정도에 그치는 감정적인 방식이었다”며 “비판만 하는 것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