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의 증언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하나둘 눈물을 닦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가 4일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대성당에서 연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에서다.
우크라이나인인 쉐겔 교수는 20여년 동안 한국에 살고 있지만 부모님과 여동생 가족은 키이우(키예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서쪽으로 600㎞ 떨어진 르비우(리보프)를 향해 피난을 떠났지만 300㎞ 남짓 이동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쉐겔 교수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전 세계가 그 만행에 침묵했고 결국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어 또 전쟁이 일어났다”며 “절망 앞에 기도를 통해 희망을 붙들고 있지만 이와 함께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 평화를 향한 지지를 간절히 부탁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맨 몸으로 탱크를 막을 정도로 용감하다. 군대는 강하고 국민은 더 강하다”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류는 두 차례 세계 대전을 통해 교훈을 얻지 못했고 지금의 러시아는 인간성을 상실하는 듯 하다”면서 “스스로 기독교 국가라 부르는 러시아가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성암 한국정교회 대주교는 ‘전쟁보다 큰 죄악은 없다’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러시아의 죄를 고발했다.
조 대주교는 “전쟁보다 더 큰 죄는 없고 지금의 러시아도 그 죄를 짓고 있다”며 “교회 공동체는 이런 악 앞에서 절대 중립적이어서는 안 되고 전쟁을 반대하고 러시아의 죄를 지적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립을 말하는 교회는 2차 세계대전 중 두려움때문에 숨었던 유럽의 교회와 같아질 뿐”이라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공개적으로 나서 이번 전쟁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이라고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주관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 열렬한 마음을 모아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권했다.
예배에서는 ‘전쟁 반대와 평화 정착’ ‘어린이·여성·청소년·피난민’을 위해 기도했다.
평화 호소문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협정을 존중해 침공을 즉각 중지하고 철군하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무력이 아닌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라’ ‘러시아는 핵공격 준비발언과 핵발전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 ‘한국 정부와 국제 사회는 인도적 지원에 즉각 나서라’는 내용을 담았다.
예배 후 참석자들은 대성당에서 400m 떨어진 주한러시아대사관까지 침묵 행진했다. 10여분 가량 행진한 60여명의 참석자들은 대사관 건물이 보이는 정동제일교회 앞에 모여 “전쟁 반대” “전쟁 종식”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