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투자 기회’ 노린 개미들, 러 ETF 급락에 비명

입력 2022-03-04 15:49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4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책임을 묻는 글로벌 경제 제재가 잇따른 결과다. 전쟁 위기를 투자 기회로 보고 해당 ETF를 사들이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관련 ETF인 ‘KINDEX 러시아 MSCI(합성)’은 전날 대비 29.97%(4310원) 내린 1만7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러시아 제재에 나선 지난달 24일 이후 6거래일 연속 내림세로 60.5%가량 빠졌다. 해당 ETF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러시아 지수를 추종한다.

폭락의 원인은 MSCI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다. MSCI는 전날 “모든 MSCI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변경된 가격은 오는 9일부터 적용된다. 기초 지수가 사실상 가치가 없게 되며 이에 기반한 상품들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MSCI는 최근 러시아를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급락한 러시아 ETF를 사들였던 개미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지난달 21일부터 전날까지 2주간 279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공포에 사야 한다’며 추천글을 올렸다. 반대로 기관은 289억원 순매도했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산 가치가 0원이 될 수 있다며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알렸다. 한투신탁운용은 “(MSCI 조치로) 상품의 오는 10일자 장중 순자산가치는 0원 수준으로 산출된다”며 “거래 정지 위험과 상장폐지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단기 매수세가 붙었던 해외 러시아 ETF 중에는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도 있다. 미국 ETF 운용사 디렉시온은 최근 러시아 지수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2배 ETF’(RUSL)‘를 상장폐지하겠다고 공지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