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도 은행도 러시아에 등 돌려…AIIB “사업 전면 보류”

입력 2022-03-04 14:39
중국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본사 건물. 신화 뉴시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투자와 융자를 정지하기로 했다. 서방의 제재 압박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도 긴장 국면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AIIB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은 최선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벨라루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AIIB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첨병으로 꼽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5개국이 모여 2016년 설립한 다자간 개발은행이다.

중국이 가장 많은 30%를 출자하고 중요 안건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 사실상 일대일로 사업 등을 지원하는 중국의 투자은행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러시아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무제한 파트너십’을 약속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맞아 양국 관계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5차 연례회의의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AIIB는 “국제 경제·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금 공급을 기동적이고 신속히 확대해 전쟁으로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회원국을 지원할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AIIB가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가한 금융제재의 불똥이 튀는 걸 피하려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봤다.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AIIB가 이들에 제공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AIIB에 따르면 러시아 투·융자액은 승인 기준으로 8억 달러(약 9700억원)에 달하며, 검토 중인 금액도 3억 달러(약 3637억원)에 이른다. 벨라루스의 경우 검토하는 투·융자액이 2억 유로(2670억원)에 이른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과 서방국의 러시아 금융제재에 반대하며 가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의 인프라 사업에 대한 대출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AIIB의 결정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