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편 31편…우크라이나 위로하는 ‘국민 성경 구절’로

입력 2022-03-04 13:17 수정 2022-03-04 17:16
우크라이나의 한 크리스천 가정이 창고로 보이는 공간에서 스마트폰 성경앱을 이용해 시편 31편을 읽고 있다. 이터너티 뉴스 제공

“주님은 진정 나의 바위, 나의 요새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나를 인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오….”(시편 31편 3절·표준새번역)

페인트가 벗겨진 벽, 탁자 위에 쌓은 옷가지들, 텅 비어있는 선반. 누가 보더라도 집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어린 아들이 스마트폰 성경으로 시편 31편을 소리 내어 낭송하자, 엄마와 형으로 보이는 이들은 눈으로 따라 읽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폭탄 대피소에서, 캄캄한 지하실에서, 주차장에서, 또는 나무 아래에서 성경을 펴거나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읊고 있다. 모두 시편 31편이다.

우크라이나 성서 공회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피신한 남녀노소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이 시편 31편으로 기도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기독교 매체인 프리미어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성서공회에서 사역하는 올디 모바라는 “이 어려운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과 하나님의 말씀에서 힘과 안식과 위로를 얻고 싶어한다”면서 “그들 자신의 특별한 상황을 놓고 시편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특히 시편 31편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의미심장한 말씀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로 시작하는 시편 31편은 다윗의 기도시다.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호소하면서 고난으로부터 속히 건져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다. 우크라이나 성서공회 아나톨리 레이키네츠 사무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교회를 찾는 피난민들에게 시편 31편 말씀을 많이 나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절박한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인들이 곤경에 처한 다윗의 기도시로 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본보 3월3일자 29면).

모바라는 “우리는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이시며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시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피난민 사역을 하고 있는 성서공회를 위해, 포위되고 포격을 당하는 도시에서 봉사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키이우(키예프)에 본부를 둔 우크라이나 성서공회는 여러 지역 교회 및 기독교 단체와 협력하면서 피난민들에게 음식과 의약품, 성경 및 어린이 성경을 배포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