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의 팬데믹을 넘어 세계 공급망 최대 악재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팀 우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직면한 최대 리스크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러시아·우크라 군사 분쟁과 이로 인해 초래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초래된 위기가 “많은 산업에서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면서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팔라듐 밀 등 많은 원자재를 수출하는 자원 부국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밀과 네온가스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그런 두 나라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제유가는 11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 기준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9.84달러까지 올라 201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유럽 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수급 불안 우려로 장중 한때 역대 최고가인 MWh(메가와트시)당 199.99유로까지 치솟는 등 지난 1주일 간 배 이상 올랐다. 이는 러시아에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의존하는 유럽 경제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전 세계 석유화학산업에 원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전망이다.
무디스는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생산 핵심 원자재인 팔라듐 생산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희소가스인 네온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우이 이코노미스트는 “수개월 안에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중재로 도출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밀 등 곡물값도 치솟았다.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2% 뛰어올라 2008년 3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금융정보서비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포괄적인 척도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는 이번 주에 16% 상승해 마찬가지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간 상승폭은 1970년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공급망 위기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를 인용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5.8%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이 3월에 6%를 넘고, 올해 연간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의 2배가 넘는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