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원전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고 ‘인간 장벽’을 쳤던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州) 도시 에네르호다르의 트미트로 오를로프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새벽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이 지역 자포리자 원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의 안드리이 투스 대변인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원전에 포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중화기 공격을 멈추라.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이다. 진짜 핵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지난 1일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2일 밝힌 바 있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지난 2일 수천명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인간 장벽’을 쳐서 자포리자 원전을 방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인간 장벽은 에네르호다르의 원자력 발전소로 가는 도로 위에 만들어졌다. 주민 수천 명은 차량과 모래주머니·타이어 등으로 방어막을 쳤다. 외신들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손에 들고 국가를 부르면서 도로를 점거했다고 전했다.
IAEA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장악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핵사고의 위험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가동 중단된 옛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모든 원자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남쪽으로 16km,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