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내놓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통제 적용대상에서 한국도 면제될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은 향후 FDPR 관련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앞서 청와대는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미 간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이행방안이 국제사회의 수준과 잘 동조화(well-aligned)됐다고 평가하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측은 수일 내 한국을 FDPR 면제국가 리스트에 포함하는 관보 게재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며 “정부는 이번 FDPR 면제 결정과 함께 미국 등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추가적인 수출통제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24일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대러 제재를 취하기로 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을 면제받았으나 한국은 적용 예외 대상에 들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FDPR 적용 면제국에 포함되기 위해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과 미 상무부 BIS 부차관보 등 양국 통상당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해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찾아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과 달립 싱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미 정부 고위인사와 잇달아 만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양국은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방안 이행과 FDPR 면제국 인정에 대해 그간 양국 간 협의가 신속하고 긴밀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미동맹과 대러 수출통제의 굳건한 신뢰 공조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한국이 FDPR 면제국에 포함됐지만 수출통제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강화된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특정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