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 논란’ 러시아 수출통제, 한국도 면제국가 됐다

입력 2022-03-04 08:58 수정 2022-03-04 09:03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미국 상무부 돈 그레이브스 부장관과 한-미 대 러시아 수출통제 등과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내놓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통제 적용대상에서 한국도 면제될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은 향후 FDPR 관련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앞서 청와대는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미 간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이행방안이 국제사회의 수준과 잘 동조화(well-aligned)됐다고 평가하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측은 수일 내 한국을 FDPR 면제국가 리스트에 포함하는 관보 게재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며 “정부는 이번 FDPR 면제 결정과 함께 미국 등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추가적인 수출통제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24일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대러 제재를 취하기로 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을 면제받았으나 한국은 적용 예외 대상에 들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FDPR 적용 면제국에 포함되기 위해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과 미 상무부 BIS 부차관보 등 양국 통상당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해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찾아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과 달립 싱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미 정부 고위인사와 잇달아 만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양국은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방안 이행과 FDPR 면제국 인정에 대해 그간 양국 간 협의가 신속하고 긴밀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미동맹과 대러 수출통제의 굳건한 신뢰 공조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한국이 FDPR 면제국에 포함됐지만 수출통제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강화된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특정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