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실시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양성률이 3일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검사자 2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나왔다는 얘기다. 이날 128명으로 최다를 경신한 사망자 수는 고령층 확진 비율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한층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9만8803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유행 정점의 전조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전날 검사건수가 3·1절 영향으로 직전일(106만2446건)의 절반 수준인 54만5924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선별진료소 검사 건수로 계산한 일별 양성률은 51.3%를 나타냈다.
정부는 국내 누적 확진자의 75%가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발생한 반면 전체 사망자의 20%만이 해당 변이에 기인했다며 낮은 치명률을 강조했다. 또 위중증 환자가 최대 2200~25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이는 확보 병상을 통해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변수는 다양하다. 호흡기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격리 중환자 병상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수적 확진자’들이 첫 관건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들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병상운용이 달라질 것”이라며 “국가감염병임상위원회에서도 오미크론 상황하의 중환자실 입실 기준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 억제 기조가 전면 폐기되면서 유행의 정점이 당초 예고됐던 이달 중순보다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그만큼 짧은 기간에 확진자가 몰린다는 의미로 의료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 (예측상으로도) 중환자 병상이 간당간당하다”며 “(정점이) 조금 더 커지게 되면 그 피해가 수백 명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50.7%로 나타났다.
인명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이날 신규 사망자는 128명으로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동안 1582명이 숨졌다. 고령층 확진자 증가세도 위협적이다.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줄곧 11~12%를 기록하다가 이번 주 들어선 15% 안팎까지 올랐다. 이날도 신규 확진자의 14.7%가 60세 이상 고위험군이었다.
방역 수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거센 확산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1958년생으로 64세인 김 총리는 이날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후 피로 증상을 보였으나 전날 밤까지도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총리는 오는 9일까지 공관에서 재택치료를 하게 된다.
4일 김 총리 주재로 예정됐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신 맡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여부를 저울질 중인 정부가 거리두기 조기 완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