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국의 ‘반중 아이콘’ 폼페이오에 최고 등급 훈장

입력 2022-03-03 18:55
대만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3일 타이베이의 총통부를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차이잉원 총통으로부터 대만 최고 등급 훈장을 받았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에서 대중 강경책을 주도했던 인물로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지금은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차이 총통은 3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을 만나 특종 징싱(景星) 훈장을 수여했다고 대만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징싱 훈장은 대만 총통이 정무 분야에 기여한 대만인과 외국인에게 주는 훈장이다.

차이 총통은 “폼페이오 전 장관은 오랫동안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했을 뿐 아니라 국무장관 재임 시절 대만과 미국 관계에 수많은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전 장관을 ‘친구’로 칭하며 “앞으로도 대만을 자주 방문해 양국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자”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과 대만은 자유를 수호하고 침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갖고 있다”며 “차이 총통 재임 개간 다른 이들이 자유에 대한 갈망을 짓밟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계속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필요하면 무력으로라도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날 ‘반석처럼 단단하다’는 뜻의 한자인 ‘堅若磐石’가 새겨진 마스크를 썼다. 미 정부가 대만에 대한 지지를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다.

대만 총통부는 차이 총통과 폼페이오 전 장관의 만남을 생중계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대만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취소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 일 같지 않은 대만으로선 미 공화당의 잠룡으로 평가받는 폼페이오 전 장관의 방문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이 국제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자 미국은 초당적인 대만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국무장관 재임 기간 중국 공산당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맹비난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공교롭게도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열리는 시기에 대만을 방문했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발탁되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있으면서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하자 눈엣가시였던 폼페이오 전 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중 강경파 28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