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순간에도 “다당제는 제 소신”… 안철수에 엇갈린 평가

입력 2022-03-03 18:28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며 대선 이후 양당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당제가 정치 소신이라 밝혀왔던 윤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다당제가 제 소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권교체를 위해 대의를 택했다는 옹호론과 정치 소신을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후보는 과거부터 다당제를 줄곧 주장해왔다. 3당 체제를 표방하며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 이듬해인 2017년에는 다당제 체제 유지를 위해 바른미래당과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추진했다.

다당제에 대한 소신은 이번 대선 기간에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국회의원 선거 제도 자체를 거대 양당이 아니라 다당제가 가능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당은 다당제 소신에 반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안 후보는 “다당제가 제 소신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양당제가 나름의 역할을 해왔지만 극심한 대립으로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3당으로 존속하길 원한 실망한 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제 개인적인 어떤 손해가 나더라도 정권교체의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도 언급했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며 “또 다음 대선부터 결선투표를 도입해 단일화 없는 바람직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은 일제히 안 후보가 다당제 소신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안 후보를 향해 “그간 강조했던 새정치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 후보가) 다당제로 정치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정치는 일관된 가치와 소신, 그리고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데 이 가치의 원칙이 무너지면 혼란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안철수의 새정치가 야합이었나”며 비판에 동조했다.

합당 추진에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정권 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국가 미래를 위한 선택을 응원한다”고 옹호했다. 반면 안 후보에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누리꾼은 “계속해서 다당제를 외쳤는데 결국 양당 정치로 되돌아갔다”며 “소신도 정치적 신념도 없으면서 왜 출마했냐”고 비판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