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마지막 관문,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개막

입력 2022-03-03 17:32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개막 하루 전인 3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공안이 순찰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다. 올해 양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최종 확정할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관문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국내외 관심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발전 방향과 대내외 목표가 제시될 전망이다.

양회는 중국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지칭한다. 중국의 한 해 국가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양회가 막을 올리며 또 한번 중국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매년 개최되는 양회의 최대 관심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목표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6% 이상’보다 낮은 5% 수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의 31개 성급 지역 중 26곳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회에서 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되면 경제 부문과 각 지방정부는 이를 기준으로 한 해 경제 정책을 운용하게 된다. ‘안정 속 성장’ 기조에 맞춰 빅테크 기업 규제, 부동산 보유세 도입 등 공동부유 정책에도 속도조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양회에선 민생과 직결된 일자리 창출, 집값 안정, 사교육 규제 등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민생 안정은 시 주석 장기집권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정책도 주요 현안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향후 방역 정책이 감시 및 선별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고강도 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정책은 오는 7일 예정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러시아와 바짝 밀착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어느 쪽도 지지하기 어려운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제재 속에 고립됐고 국제사회는 중국의 역할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 주석은 지난 1일 열린 공산당 중앙당교 간부 양성반 개강식 강연에서 “‘좁은 길에서 만나면 용감한 자가 승리한다’는 기개로 싸움에 임해야만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확실히 수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힘을 과시하는 ‘늑대 외교’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부각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공격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올해 양회에선 부총리 인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 중국 부총리 4명(한정, 후춘화, 류허, 쑨춘란) 중 후춘화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은퇴 대상이다. 당대회가 열리는 해에 68세 이상이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칠상팔하’ 규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춘화 부총리가 내년 양회에서 총리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깜짝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그동안 부총리 중 한 명을 총리로 선출해왔고, 리 총리 임기는 내년 3월 양회까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