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가 3월3일을 ‘삼겹살 데이’ 대신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로 기념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현행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문제를 짚으며 철폐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카라는 이날 ‘삼겹살 데이 뒤에 가려진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돼지’란 글을 SNS에 올리고 돼지고기 소비가 증가할수록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사육되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돼지의 실태를 전했다.
카라는 “돼지는 개(강아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쾌락과 고통을 겪는 지각력 있는 존재”라며 “세계에서 5번째로 지능이 높은 동물로, 학습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높고, 의사소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몸에 땀샘이 거의 없어 진흙을 뒹굴며 체온을 낮추지만, 밀집 사육 환경에서는 똥 속을 구를 수밖에 없어 더럽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카라는 이어 “우리는 평소에도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고깃덩어리로 돼지를 만나고 있다”며 “3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삼겹살 데이만큼은 공장식 축산 뒤로 철저히 가려진 돼지의 삶을 기억하고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기념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카라는 특히 “돼지고기 소비 증가 추세로 인해 돼지를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의 바퀴도 쉼 없이 굴러가고 있다”며 공장식 축산시스템 철폐 서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카라에 따르면 5000마리 이상 돼지를 사육하는 국내 농가의 수는 400여 곳에 이른다. 일부 동물복지 농장을 제외한 99%의 농가는 공장식 축산시스템에서 돼지들을 사육한다.
일반적으로 아기 돼지들은 이빨과 꼬리를 자른다. 밀집 사육 스트레스로 인해 서로 물어뜯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수퇘지들은 냄새 제거를 이유로 마취도 없이 거세를 당한다.
그뿐 아니라 어미돼지는 몸조차 돌리기 힘든 금속 우리 스톨(stall)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평생 반복한다. 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로 가득한 좁고 지저분한 곳에서 돼지들은 맑은 공기를 맡지 못하고 평생 흙 한번 밟지 못한다.
카라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지난 60여년간 10배 이상 폭증하며 공장식 축산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며 “당장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도 공장식 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동물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도록 공장식 축산 폐기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장식 축산시스템 철폐 서명은 카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3일 오후 5시 기준 3만 8921명이 참여했다.
삼겹살 데이에 돼지의 삶을 기억하자는 카라의 제안에 누리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공장식 축산 반대한다” “이 글을 보고 오늘 삼겹살 약속 취소했습니다” “우리 모두 생명에 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돼지야 미안해. 이렇게 끔찍할 줄이야”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일방적인 철폐보다 축사 환경 개선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장식 축사 철폐는 너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생존권이 달린 농가의 환경 개선을 함께 돕는 것도 필요하다” “고기 섭취 줄이기 등의 캠페인을 여는 게 먼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