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약해진 러군, 농부에게도 잡혀…9000명 사살”

입력 2022-03-03 17:14 수정 2022-03-03 17:16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 만에 러시아군 90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개전 일주일 동안 약 9000명의 러시아인 침략자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가는 곳마다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러시아군에 맞서 진격을 저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군대, 국경수비대, 영토방위군, 심지어 평범한 농부들도 매일 러시아군을 포로로 잡는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영웅적인 저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맨손으로 침략자들을 몰아낸 우크라이나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우리는 끝까지 러시아 침략자들을 불명예스럽게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수년간 침략을 준비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을 좌절시켰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들은 한 가지만 말한다. 그들은 그들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른다. 적의 사기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며 “모든 침략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퇴각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사실을 러시아인들이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를 향해선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깨닫고 즉각 철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병사들의 시체조차 치우지 않고 이동해 사방에 사망자가 남아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병사들의 시체로 땅이 뒤덮이는 걸 원치 않는다. 러시아는 전군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라.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사령부는 전날 오후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러시아 포병들을 전쟁 포로로 잡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총기 난사범들은 돼지처럼 도살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러시아 측이 밝힌 수치의 18배에 이른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 중인 우리 군인 가운데서도 손실이 있다”면서 “498명이 임무 수행 중 숨졌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자국 군대 손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날 “서방 언론과 일부 러시아 언론이 유포하는 러시아군의 엄청난 손실정보는 의도적인 정보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2000여명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