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安, 각각 ‘바람 맞았다’고 착각…7분 만에 ‘사르르’

입력 2022-03-03 16:47 수정 2022-03-03 17:38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후보 4인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나고 2시간이 지난 3일 0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 후보의 전권 대리인으로 단일화 협상을 맡아온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에서 전격 회동했다.

장 의원의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는 안 후보와도 친분이 깊다.

두 후보는 만난 지 7~8분 만에 그간의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두 후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오해는 서로 ‘바람맞았다’는 생각이었다.

이른바 ‘메신저’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두 후보의 만남을 극비리에 추진했는데, 두 후보 모두 한번씩 갑자기 ‘만남 취소’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던 자리를 가는 도중 취소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안 후보 역시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정작 윤 후보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대화 초반에 그간의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고 대화는 급진전을 이뤘다고 한다.

두 후보는 편의점 캔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강조했던 것은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며 신뢰 문제를 강조했다. 질문지가 적힌 종이를 꺼내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메모지가 뭐가 필요하겠나. 안 후보께서 날 믿고, 내가 안 후보를 믿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는 안 후보의 말에 윤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단 한번도 성공한 정부가 없었다”며 “함께 원팀이 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성공의 과실은 안 후보께 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담보 아니겠냐. 난 5년이면 끝나지만 새로운 정부의 혜택은 안 후보께서 가져가실 것이다. 그게 담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돕더라도 결국은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며 새 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를 물었다.

윤 후보는 “외람된 얘기지만 난 유능하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만 혼자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인재를 폭넓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안 후보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안 후보는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제안하면서 윤 후보 주장에 화답했다.

두 후보의 전격적인 심야 회동이 성사된 배경에는 단일화 협상 실무채널이었던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왔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2일 오후 9시에 만나 두 후보 간 심야 회동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TV토론이 끝난 오후 10시 장 의원은 윤 후보를, 이 의원은 안 후보를 찾아 만남을 설득했다. 두 후보가 모두 ‘오케이’하면서 0시부터 새벽 2시30분까지 회동이 이뤄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