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패럴림픽 4일 개막…러시아·벨라루스 출전 금지

입력 2022-03-03 15:58 수정 2022-03-03 17:05
우크라이나 기자가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기자회견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복무하다 사망한 전 바이애슬론 주니어 선수 예브헨 말리셰프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장애인들의 축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이 4일부터 열흘간 중국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에서 열린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가 예정대로 참가를 결정한 가운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출전 자격을 박탈 당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3일(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열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참가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PC는 전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은 허가했으나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는 71명, 벨라루스는 12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출전 자체가 불발됐다.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은 “IPC는 회원제를 기반으로 한 조직이며,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 이후 우크라이나는 물론 독일 장애인스포츠협회장, 영국 디지털문화체육부 장관, 케나다 체육부 장관 등 각국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해할 수 없다” “잘못된 메시지” “역겨운 결정” 등 반발하며 재고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시 상황에도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 예정대로 20명의 선수와 9명의 지원단이 참가한다. IPC는 공식 SNS 계정에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단체 사진을 게재했다.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 대표가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패럴림픽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스포츠계에서 ‘러시아 보이콧’이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입장 표명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정치가 스포츠를 좌우해선 안 된다”거나 침묵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러시아 축구대표팀 주장 아르템 주바(제니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나는 국적 차별에 반대한다. 이중잣대도 반대한다”며 “나는 내가 러시아인이라는 부끄럽지 않다. 자랑스럽다”고 썼다. 러시아 남자 피겨스케이팅 레전드 예브게니 플루셴코도 앞서 “정치와 스포츠를 뒤섞어선 안 된다”며 “선수들의 경쟁할 권리를 빼앗아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AP통신은 “내셔널하키리그(NHL) 선수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귀국 이후 잠재적 여파를 두려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 여자배구 레전드 예카테리나 가모바는 “이 수치스러운 장면은 우리(러시아)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대한 빨리 멈춰야 한다”며 “침묵할 수도 있었지만 부끄럽고 두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 선수단의 대회 첫 경기는 공교롭게도 5일 한민수 감독이 이끄는 파라아이스하키 팀과 러시아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조별 예선 A조 1차전이었는데 상대가 사라졌다. 7일 러시아와 예선전을 펼칠 예정이었던 휠체어컬링 대표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년 전 평창에서 동메달 2개로 종합 16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 역시 노르딕 스키, 알파인 스키, 휠체어컬링 등에서 동메달 2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인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우크라이나 응원문구와 꽃 등이 놓여있다. 뉴시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