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숙소에서 생활하는 근로자 A씨는 업무 종료 후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재해를 입었다. 처음에는 업무 외 재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재해일 다음 날 A씨의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던 점, 당일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아 외부 식당 이용이 불가피했다는 점, 회사 법인 카드로 식비를 결제할 예정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산재로 인정했다.
3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A씨처럼 소송 이전에 산재 권리구제를 받은 노동자는 152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35명의 노동자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치료비·휴업급여 등을 보상받았다. 나머지 546명은 장해(障害)를 인정받거나 상향돼 상실된 소득을 보장받았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만624건의 심사청구가 접수됐다”며 “사실관계조사와 신뢰 보호 원칙 인정 등 적극 행정을 통해 1521건이 산재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권리구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재해자가 사업주와 형제 관계로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있었고 객관적인 임금 지급 내역이 없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산재심사위원회 추가 조사에서 사업주의 실거주 주소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르다는 점, 재해자가 신용불량자여서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점, 동료 근로자도 임금을 현금으로 받은 사실 등이 밝혀진 후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업무상 재해 조건이 성립된 것이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산재 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하는 삶을 보호하고 노동 생애의 행복을 지켜주는 ‘노동복지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