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이 병원에 입원 중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법적 효력이 있는 증언을 위해 병원으로 찾아가 영상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 진술에 관한 증거능력 특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장애로 심신이 미약한 경우’에 해당하는 범죄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에도 위헌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숙희 부장판사)는 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 B씨에 대한 영상증인신문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신장애가 있는 성인 B씨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위력으로 간음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심은 당시 B씨와 동석한 신뢰 관계자의 법정 증언을 근거로 B씨가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서 한 피해 진술이 담긴 영상 녹화물을 성폭력 피해 증거로 인정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는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경우 피해자들이 해바라기 센터 등에서 진술한 영상 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23일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해당 조항에 대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장애로 심신이 미약한 피해자의 진술 녹화영상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생겼다.
이에 수원고법은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직접 영상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현재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증언할 경우 익숙한 곳에서 심리적 안정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고, 증언 도중 피해자에게 발생할지 모를 불의의 상황에 대비하기에 용이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수원고법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찾아가는 영상 법정’ 방식이 전국 법원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장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영상 법정 출석 장소는 병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주거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