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포츠계에서도 ‘러시아 보이콧’이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의 입장을 요구하는 팬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쟁을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면서도 “정치가 스포츠를 좌우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선수들이 있는 한편, “창피하다”며 강한 어조로 전쟁을 일으킨 자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러시아 축구대표팀 주장 아르템 주바(제니트)는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나는 국적 차별에 반대한다. 이중잣대도 반대한다”며 “나는 내가 러시아인이라는 부끄럽지 않다. 자랑스럽다”고 썼다. 주바는 앞서 우크라이나 출신 비탈리 미콜렌코(에버튼)에게 “너와 너의 대표팀 동료들이 침묵하는 동안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주바는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사람들의 본질을 보여주기도 하고, 나쁜 영향도 끼친다”면서도 “왜 운동선수들이 지금 시달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정치와 스포츠가 별개라고 하지만 러시아에는 이 원칙이 완전히 잊힌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예브게니 플루셴코도 앞서 스포츠계의 ‘러시아 보이콧’에 대해 “정치와 스포츠를 뒤섞어선 안 된다”며 “선수들의 경쟁할 권리를 빼앗아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반면 러시아 여자배구 레전드인 예카테리나 가모바는 이례적으로 러시아 정부의 전쟁 침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수치스러운 장면은 우리(러시아)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공격하고 폭격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썼다.이어 “우리 정부는 최대한 빨리 멈춰야 한다”며 “나는 침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끄럽고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다수 러시아 선수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AP통신은 “내셔널하키리그(NHL) 선수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이는 주로 귀국 이후 잠재적 여파를 두려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