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배우자 리스크’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는 경기도 공무원 사적 심부름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반면,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허위경력 논란에 휩싸여 있다.
국민일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더 크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43.0%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문제가 더 크다’고 답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문제가 더 크다’는 답변은 41.1%로 조사됐다.
두 시각이 오차범위(±3.1%) 내에서 맞선 것이다.
특히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층은 서로 상대방 후보 부인의 의혹이 더 크다고 인식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86.8%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문제가 더 크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윤 후보 지지층의 80.2%는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문제가 더 크다’고 대답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3일 “배우자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유권자들이 누굴 뽑을지 어느 정도 판단이 끝난 상황”이라며 “그 결정 이후에는 상대 후보 쪽 문제가 더 커 보이는 이른바 ‘확증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 부인의 문제가 더 크다’는 연령별이나 지역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연령별로 봤을 때, 이 후보 지지층이 많은 30~50대에서는 김건희씨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윤 후보가 우세한 60대 이상에서는 김혜경씨 문제를 더 비판적으로 인식했다.
지역적으로도 이 후보 우세지역인 호남에서는 김건희씨 문제가, 윤 후보 우세지역인 영남에서는 김혜경씨 문제가 더 크다고 각각 답했다.
눈여겨 볼 지점 중 하나는 두 후보 부인 문제가 터져 나온 시점이다.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논란은 지난해 12월 불거졌다.
반면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심부름 논란은 비교적 최근인 1월 말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의혹이 노출된 기간을 감안하면 김혜경씨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짧은 시간 안에 김건희씨 문제만큼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강윤 KSOI 소장은 “시기적 근접성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3년 전 태풍은 기억 못해도 6개월 전 바람에 우리집 앞 나무가 쓰러진 건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은 만큼 김혜경씨 관련 의혹이 더 부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일보 여론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화면접조사(무선 100%)로 진행됐다.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5.5%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표본은 올해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