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며 헌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7~11세 어린이 5명과 그들의 보호자 2명을 구금해 2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러시아 주립대 강사인 알렉산드라 아르키포바는 전날 페이스북에 ‘어린이, 전쟁, 그리고 경찰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3월 1일 아이들이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꽃을 꽂으러 갔다가 모두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이들은 직접 ‘нет война’(‘전쟁 반대’라는 뜻의 러시아어)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헌화하는 등 평화 시위를 위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찾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찰은 아이들과 이들의 부모 2명을 모두 구금했다.
아르키포바는 체포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 속 노란 모자를 쓴 한 아이는 호송차 철창 너머에서 “괜찮을 것”이라고 달래는 어른에게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물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르키포바는 “경찰은 아이들의 부모에게서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경찰은 아이들의 부모에게 ‘곧 부모의 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면서 지역사회와 언론, 인권운동가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더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의 니카 멜로제코바 편집장은 SNS에 “왜 아이들을 체포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이들과 전쟁하고 있다”며 “그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유치원과 고아원에 떨어졌듯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이 ‘NO TO WAR’(전쟁금지) 포스터 때문에 하룻밤을 철창 안에서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아르키포바는 “모두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 재판 등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