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1주일째인 러시아군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동부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집중 공격을 이어갔다.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가까운 남부 도시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아조프해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에서 러시아 군인이 500명 가까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은 이날 하르키우 도심을 대대적으로 폭격했다.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행정국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21명이 숨지고, 112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이날 폭격으로 하르키우 경찰청 건물이 파괴됐고 정보국, 대학, 거주 지역 건물 다수도 공습 피해를 보았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상공에서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 도심에 진입해 시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진입해 현지 병원을 공격했으며, 이에 따른 교전이 이어졌다”고 알렸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하르키우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스탈린그라드에 빗대면서 결사 항전을 천명했다.
수도 키이우는 연일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내무부를 인용해 이날 오후 키이우 도심 기차역 인근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기차역 인근 폭발은 직접적인 포격이 아니라 격추된 러시아 순항미사일 잔해 때문에 일어났다고 확인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시내 사회기반시설을 목표로 삼아 한층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미사일과 대포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저지에 키이우 외곽에 묶여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을 받고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압박을 위해 대규모 기갑부대를 수도 방향으로 진군시키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군 제95공수여단이 주둔 중인 키이우 서쪽 도시 지토미르도 포격을 받아 민간인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인구 25만명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고리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러시아군이 밤새 기차역과 항구, 몇몇 관공서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아조프해에 면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100명 이상이 다쳤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 중인 러시아 군인 498명이 임무 수행 중 숨졌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공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는 2870명이고, 부상자는 약 3700명”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자국 군대 손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1주일째 교전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일 오전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의 ‘벨라베슈 숲’에서 만나 2차 평화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