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크라 침공’ 미리 알자 “올림픽 끝날 때까지만…”

입력 2022-03-03 05:40 수정 2022-03-03 09:5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지난달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중국 중앙TV(CCTV)가 25일 보도했다.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협상을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미리 알게 된 이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만 늦춰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2월 초 러시아 정부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중단 등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양국은 서로의 관계를 두고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다.

NYT는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정보 당국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관련 정보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곧바로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보의 신뢰성은 상당한 높은 수준이라는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달 20일 폐막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러시아군을 투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어 24일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한 시점이 올림픽이 끝난 직후라는 점은 이 같은 정보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NYT에 러시아의 침공이 올림픽 직후까지 시작되지 않은 건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NYT는 구체적인 정황으로 러시아가 중국 국경 등에 있던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높은 신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외교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자는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친강 주미 대사에게 전쟁 방지 노력에 동참해 달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 자료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같은 자료를 오히려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에도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지지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왕 외교부장은 최근 유럽연합(EU) 외교대표 등 각국의 외교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중시한다는 입장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반대를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