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심야회동→전격 단일화 합의…3일 공동선언 발표

입력 2022-03-03 04:15 수정 2022-03-03 09:40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2일 심야에 전격 회동해 야권 후보 단일화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두 후보는 강남 모처에서 만나 이날 새벽까지 2시간30분가량 회동을 가졌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회동에는 그동안 물밑 협상 채널을 가동해온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관계자는 “잠정타결 상태”라며 “정권교체만이 시대교체, 정치교체를 이룰 수 있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 쪽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해와서 토론 뒤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두 후보 측은 밤새 공동선언문 성안을 거쳐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키워드는 ‘공정·상식·미래로 가는 단일화’로, ‘국민통합’과 ‘개혁’, ‘과학기술 강국’, ‘과학기술 중심 국가’ 등의 어젠다가 공동선언문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언문이 최종 마련되면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후보직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날부터 두 후보가 함께 공동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 깜깜이 상태로 들어가는 가운데 두 후보 간에 사전투표(4∼5일)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경우 대선판을 흔드는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방송토론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왼쪽 사진)와 안철수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다만 시기적으로 단일화가 늦어진 만큼 실제 시너지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두 후보의 회동은 윤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그간의 상세한 협상 일지를 공개한 뒤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한 시점으로부터는 19일 만이다.

지난 주말 결렬 당시 윤 후보 측은 공동정부는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 운영 등 안 후보에게 집권 시 인수위 단계부터 ‘대등한 자격의 공동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담긴 합의문 초안을 양측이 마련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양측은 협상 결렬 이후도 물밑 대화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은 여전히 박빙 흐름이고 안 후보 지지율도 5∼8%대에 머물며 상승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로서는 이 후보 당선 시 야권 내에서 정권교체 실패에 따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주를 공언해온 상황에서 또다시 ‘철수 정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TV 토론에 나란히 어두운 감색 양복에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나란히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