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바닥일까, 늘어난 ‘자사주 매입’… 주가는 들쭉날쭉

입력 2022-03-03 06:00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긴축기조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판단에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더해졌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도 떨어지는 주가를 반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이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과 최근 성과, 소각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할 필요성이 있다.

3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71차례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29건, 42건의 공시가 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시된 자사주 취득은 40건으로 일 년 만에 77.5% 늘었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 그룹이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800억원, 900억원어치 매입 계획을 밝혔다. 대신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도 연이어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마트는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개별적으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일도 잦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크래프톤 주식 2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내리막인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은 기업 차원에 이어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기업 및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기업의 성장성과 가치를 잘 아는 내부자가 현재 주가를 저평가된 상태로 봤다는 신호라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10~11월과 2020년 3월 지수 하락 때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두드러졌다. 그때 주가는 저점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 보상·환원하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한다.

잇따른 자사주 매입의 효과는 엇갈린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1일 매입 공시 후 반짝 오른 뒤 다시 하락해 보합세다. 한샘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사주를 8만원대에 매입했지만 추가 하락해 7만3000원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래에셋·키움증권은 1월 말 공시 이후 각각 8.2%, 14.7% 올랐다. 이마트도 지난달 25일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오르며 7.4% 상승했다.

기업이 당면한 악재의 크기와 실적 부진 정도가 자사주 매입 효과를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은 2018년부터 이어진 분식회계 의혹이 발목을 잡는 데다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한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이 아닌 방어 수준에 그친 이유다.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보다 소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면 주가가 오른 뒤 시장에 되팔 가능성이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각은 매입한 자사주를 제거함으로써 다시 처분할 가능성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자사주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매입한다면 주가 부양 효과는 커진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며 주주 환원 정책을 펼쳐온 메리츠금융지주는 1년 새 주가가 192.2% 올랐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